싱가포르(도시국가에서 글로벌 국가로)

전제국 지음 | 봉명 | 2002년 12월 03일 출간
우리나라보다 훨씬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이룩하고 있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대한 연구서. 도시국가로서의 역사적 현실과 이민 및 발전, 독립과정과 국가 생존 노력 등 역사적 측면과 국가 생존 전략체계, 비동맹 중립외교, 경제발전 전략 등 정치경제학적 분석, 앞으로의 전망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싱가포르의 영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을 시기의 상황부터 2000./2001년 당시의 모습까지의 역사를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각시기마다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등을 다루는 책이다.
우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하지만 읽어보니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다. 다음은 싱가포르의 모습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싱가포르의 1959년의 모습
-국토710km^2 인구 159만영
-부정부패에 병들어버린 ‘부패공화국’‘암시장의 행정부’
-비능률적이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버린 관료기구
-중계무역과 산업투자의 급격한 쇠퇴로 봉괴 직전에 있는 경제
-인구 실업폭발과 함께 ‘슬럼가’로 변하고 있는 도시
-인종분규의 시간폭탄을 안고 있는 다종족 다언어 사회
-좌익, 노조, 학생 세력의 반정부 투쟁이 일상화
2000년/2001년 당시의 모습
-아시아 1위/세계 2위의 국제경쟁력을 가진 ‘역동적인 도시국가’
-아시아 1위/세계 4위의 청렴도를 자랑하는 “깨끗한 정치”의 모델국가
-세계 1위의 정부부문 경쟁력을 갖춘 ‘작지만 능률적인 정부’
-노조파업, 학생데모, 인종분규가 없는 ‘평화로운 다종족사회’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정자상거래 잠재력을 가진 ‘정보 인프라 대국’
-세계 1위 ‘시장 투명성’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경제 활동의 천국’
-세계 93개의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투자 위험도가 낮은 나라’
-6,00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역내 산업생산 기지’
-런던, 뉴욕, 동경에 이어 세계 4대 외환시장으로 발돋움한 ‘국제 금융의 중심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 1인당 외화보유고를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 직접 투자하여 ‘글로벌 국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는 ‘작은 거인’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 4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참 신기 한 것은 1959년도의 모습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싱가포르의 과거 정책과 노력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점은 충분히 많다고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싱가포르가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도시 국가라는 점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 국가이기 때문에 저런 기적을 이룰 수 있었고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단정 짓는다면 싱가포르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점들을 놓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싱가포르에서 했던 정책들 중 우리나라에 맞추어 시도해볼 만한 좋은 정책도 많은 것 같다.
싱가포르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이광요 수장과 인민행동당(이하 PAP) 정당의 수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권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박정희 대통령과 이광요 수장을 비슷한 맥락에서 평가하고 이야기한다. 이광요 수장은 31년동안 싱가포르의 수장 자리를 맡았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독재하였다고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할 것 같다. 특히 비슷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는 분명 독점이라는 점에서 나쁜 평가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평가는 우리가 하는것이 아닌 싱가포르 자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31년 동안 수상직에 있으며 단 한번의 부정부패와 연류된 적이 없었으며, 장기 집권 및 독재의 나라에서 보이는 우상화도 없다. 또 반세기 가까이 집권한 PAP 정당은 2015년 총선에서도 69.9%의 지지율로 89개 의석 중 83개의 의석을 차지하였다.
싱가포르 자국인들이 PAP 정당을 지지하고 원하는데 타국의 입장에서 독재라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언론의 통제가 있으므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 경제로 수많은 외국인과 공존하고, 정보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단순히 국내 언론의 통제로 싱가포르 자국민들이 독재 당하고 있다 결론 짓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결론이라 생각한다.
또 신기했던 점은 신자유주의 형태의 경제체제를 갖춘 제3국의 나라들에서 보여지는 '정경유착'이 없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물론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규제가 없다는 점이 정경유착이 생기지 않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약자를 지키기 위해, 혹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수많은 규제들이 오히려 특정 기업의 독점을 만들고 정경유착이라는 사회적 풍토를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제점들이 아예 없는 나라는 아니다. 2015년 세전 지니계수는 0.463 세후 지니계수가 0.411로 소득 분배의 불균형도 매우 크고, 언론에서 반 정부적인 보도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문제점들에 반해 정부의 공공주택사업으로 국민의 85% 이상은 이곳에서 살기 때문에 주거에 대한 걱정이 없고, 복지가 적은 대신 세금도 적게 내고, 부정부패를 행한 자는 엄중하게 처벌받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점에서 너무나 매력적이고 배울것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제대로 된 법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부정부패에 찌들린 우리나라에서 보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상향에 가까운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의 역사와 그들이 현재 이룩한 나라의 배경이 어땠는지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